2026년 9월
사진출처 - 일구구공 (알바로 시자 작업실,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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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포르투에 있는 건축가 알바로 시자(Álvaro Siza)*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책상에는 오래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모형을 자른 것은 아닐까 싶은 칼자국과 샘플을 보호재 없이 올려 생긴 듯한 흠집이 눈에 띄었습니다. 매일 무언가를 그리고 자르고 올려놓으며 일해 온 사람의 소박한 작업대입니다.
스케치는 BIC 볼펜으로 그린다고 들었는데 필통에는 연필이 더 많이 꽂혀 있습니다. 각도자와 스케일바가 흩어져 있고 벽에는 스케치와 도면이 빼곡히 붙어 있습니다. 애연가인 그는 늘 담배를 피우며 작업한다고 합니다. 다 피운 담뱃갑에 흰색 무지 스티커를 붙여 한곳에 모아두는데, 그 위에 스케치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책상 가운데 가죽을 덧댄 주인 의자 주변으로 서너개의 손님 의자가 더 있습니다. 벽 모서리에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사람처럼 앉아 있습니다. 창밖 언덕 아래로 도우루강이 보입니다. 잠시 앉아볼까 망설이다 그만두었습니다. 지팡이를 발견하고, 선생님의 건강을 빌며 작업실을 나섰습니다.
자리는 뜻밖에도 소박했습니다. 필요한 것을 가까이 두고 오래 사용하며 자연스레 갖추어진 모습입니다. 흠집 난 책상과 닳은 의자, 손에 익은 필기구와 벽을 채운 종이들. 그곳에서는 건축가가 쌓아 온 시간이 있습니다.
여름을 지나 다시 일상의 자리로 돌아오는 9월입니다. 반듯하고 말끔한 시작도 좋지만, 오래 손에 익고 사용한 흔적이 남은 것들의 가치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그리고, 지우고, 고쳐 가며 또 한 계절을 보내겠지요.
평안한 가을, 맞이하시길 바라봅니다.
*알바로 시자(Álvaro Siza, 1933–). 포르투에 아틀리에를 두고 활동하는 건축가. 1992년 포르투갈인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그의 대표작들은 포르투갈 국가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으며, 일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이다.
저희의 포트폴리오는 여러분의 이야기집입니다.
Good to see you in 2026, with 1990uao :)
N번째 봄
2026년 3월
사진출처 - 일구구공 (지적원 금당 후정 공원묘지,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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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했던 분들에게 연락이 옵니다. 안부 인사부터 건축물 관리 문의까지, 이유도 참 다양합니다. 건축은 삶과 폭넓게 관계 맺는 일이니 언제나 반갑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이 오기 때문인가.
연초에 사무실 배치를 크게 바꿨습니다. 차 마시고 책을 보는 자리를 넓히고, 모델실도 따로 마련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목련이 보이던 창이 가려졌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부푼 꽃 봉오리를 보고 초봄이 왔음을 알아채곤 했는데 말이죠.
두 번의 새해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한 해가 시작되는 것만 같습니다. 그즈음 찾아오는 봄은 연초의 긴장을 천천히 풀어줍니다. 그렇게 올해도 일구구공의 알파벳들는 여러분과 N번째 봄을 나누고 싶습니다.
Thanks, early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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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째 봄2026년 3월
사진출처 - 일구구공 (지적원 금당 후정 공원묘지, 교토) 사진을 클릭하시면 음악링크로 연결됩니다. Aqua / Ryuichi Sakamoto - From 'Opus" | 뜸했던 분들에게 연락이 옵니다. 안부 인사부터 건축물 관리 문의까지, 이유도 참 다양합니다. 건축은 삶과 폭넓게 관계 맺는 일이니 언제나 반갑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이 오기 때문인가. 연초에 사무실 배치를 크게 바꿨습니다. 차 마시고 책을 보는 자리를 넓히고, 모델실도 따로 마련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목련이 보이던 창이 가려졌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부푼 꽃 봉오리를 보고 초봄이 왔음을 알아채곤 했는데 말이죠. 두 번의 새해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한 해가 시작되는 것만 같습니다. 그즈음 찾아오는 봄은 연초의 긴장을 천천히 풀어줍니다. 그렇게 올해도 일구구공의 알파벳들는 여러분과 N번째 봄을 나누고 싶습니다. Thanks, early spring. 저희의 포트폴리오는 여러분의 이야기집입니다. Good to see you in 2026, with 1990uao :) |